집마다 김치를 드실 때 한 번쯤 겪는 일이지 싶어서, 저희 집 경험을 나눠보려고 해요.
얼마 전에 김치통 뚜껑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어요. 고무패킹 안쪽이 전부 주황빛으로 물들어 있더라고요.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뽀얀 색이었는데, 김치 먹는 것에만 몰두하느라 국물이 조금씩 스며든 걸 그동안 못 보고 지나쳤던 겁니다.
원래 쓰던 통이 산 지 꽤 됐어요. 패킹이 헐거워졌는지 뚜껑을 닫아도 살짝 틈이 있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틈으로 국물이 계속 배어든 거죠.
처음엔 그냥 씻으면 되겠지 싶어서 수세미로 문질러봤는데 전혀 안 지워졌어요. 겉만 닦이고 색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실리콘 재질 특성상 표면이 미세한 다공질이라, 한번 색소가 스며들면 겉만 닦아서는 안 빠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왜 하필 베이킹소다였을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산소계 표백제로 담그는 방법이 제일 많이 나오더라고요. 근데 마침 집에 표백제가 다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찬장을 열어보니 베이킹소다만 있길래 일단 이걸로 해보자 싶었어요. 원래 청소용으로 사둔 거였는데 이럴 때 쓰게 될 줄은 몰랐네요.
베이킹소다는 물에 녹으면 약알칼리성을 띠어서 기름때나 색소 얼룩을 조금씩 분해해 준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표백제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순하다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습니다.
패킹이 실리콘이라 너무 독한 걸 쓰면 재질이 상할까 봐 걱정도 됐고요. 그래서 순한 방법부터 시도해 보기로 했어요.
어차피 안 되면 그때 가서 표백제나 다른 방법을 써보면 되니까,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컸습니다.
실제로 해본 과정
먼저 패킹을 뚜껑에서 완전히 분리했습니다. 낀 채로 하면 안쪽 홈까지 물이 잘 안 닿는 부분이 생기더라고요.
미지근한 물 500ml 정도에 베이킹소다를 두 큰 술 넣고 잘 녹였어요. 가루가 안 녹은 채 남아 있으면 나중에 표면에 하얗게 들러붙어서 헹구기가 더 번거롭습니다.
그 물에 패킹을 완전히 담그고 그대로 세 시간 정도 뒀습니다. 중간에 한 번 뒤집어줬는데, 이건 꼭 안 해도 될 것 같긴 해요
.
세 시간 뒤에 꺼내보니 색이 확실히 옅어져 있었어요. 완전히 하얗게 돌아온 건 아니었지만 처음보다 절반 가까이는 빠진 느낌이었답니다.
한 번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다음 날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담가봤어요. 두 번째에는 색이 눈에 띄게 연해져서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두 번 다 담가둔 시간과 농도는 거의 똑같이 맞췄어요. 그래야 나중에 어느 쪽이 효과가 있었는지 비교가 되더라고요.
담가둔 뒤에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헹구고 그늘에서 말렸어요. 냄새가 남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베이킹소다 냄새도 금방 날아가더라고요.
아내는 그냥 새 반찬통 사면 되지 않냐고 했는데, 저는 이왕이면 있는 걸 살려보고 싶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 선택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정도 지나서 다시 살펴봤는데 그 사이에 색이 더 짙어지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한번 빠진 얼룩이 다시 올라오지는 않더라고요.
얼룩이 아주 진하게 오래 밴 경우라면 한 번보다는 두세 번 나눠서 담그는 쪽이 패킹에 부담이 덜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농도를 너무 진하게 하면 빨리 빠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었어요. 오히려 시간을 충분히 주는 쪽이 더 낫더라고요.
혹시 패킹뿐 아니라 통 안쪽 벽까지 물들었다면, 통 안에 물을 채워서 같은 방식으로 담가두면 됩니다. 패킹만 따로 담그는 것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어요.

미리부터 김치국물 안 물들게!
이번 일 이후로 김치통을 쓰고 나면 바로바로 패킹까지 분리해서 닦는 습관이 생겼어요. 예전에는 통만 대충 헹구고 넘어갔거든요.
그리고 국물이 많은 김치는 뚜껑 안쪽에 랩을 한 겹 깔고 닫는 방법도 같이 쓰고 있습니다. 확실히 스며드는 양이 줄어든 게 느껴져요.
패킹이 너무 오래되고 헐거워졌다면 세척보다 교체가 답인 경우도 있더라고요. 저희 집 패킹도 이참에 새것으로 바꿀지 고민 중입니다.
한 가지만 추가하고 싶은 게 있는데, 베이킹소다를 쓸 때는 표백제나 식초 같은 다른 세제와 절대 섞지 마세요. 따로따로 쓰고 충분히 헹구는 게 안전합니다.
거창한 도구 없이 집에 있는 베이킹소다만으로도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게 저는 제일 만족스러웠어요. 비슷한 고민 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이어서 보시면 생활에 도움 되는 글 : 엄마가 싸주신 김치 한 포기, 상하지 않게 소형 냉장고에 보관하는 법